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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혹은 오늘을 버티고자 한다. 행복한 날, 행복한 순간을 고대하며 고난의 순간을 참아낸다. 상사의 꾸지람에 마음 아프고, 진급 누락에 좌절하고, 동료의 배신에 상처받는다. 우리가 일터에서 힘든 이유는 수만 가지다. 하지만 행복의 순간은 월급이 들어오는 언저리 뿐이고, 그마저도 짧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 간절하게, 매 순간을 되뇌인다. 그 순간을 고대하며 살아간다지만, 막상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면 주저한다. 현실이 어떻고, 세상이 어떻고,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하며."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p.9"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를 보며 일본판 무소유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직에서 우리가 힘든 이유는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시스템의 문제로만 생각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천국에 살고 있지 않는 이상, 한정된 자원과 자리를 가지고 서로 다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생각을 바꾼다면, 의외로 행복은 굴러다는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걸 위해서 할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 자신의 상식을 얼마나 뒤집을 수 있느냐 p.97", 절벽에 간절히 매달려 버티고 있지만, 잠시만 그 손을 놓는다면 어떨까. 걱정대로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해서 비참하게 죽을까. 아니면 찰나 이후 푸른 초원에 사뿐히 내려 앉을까. 저자는 후자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항상 있음 을, 빈 곳을 채워야만 행복하다 믿지만 없음 이 더 축복이다. 굳게 쥔 손에 힘을 빼고, 펴보라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한 그녀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당신도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없음 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퇴사를 해도 삶은 계속될 것이고, 퇴사를 하지 못해도 삶은 계속된다. 어느 길이 나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 퇴사와 내려놓음에 대한 책이 넘쳐난다. 워라벨, 소확행, 주52시간 노동. 우리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주제들도 넘쳐난다. 어쨌든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 태어난 삶이기에, 이어가야 하는 삶이기에, 구차하게라도 살아야 한다. 그럴거면, 이왕에 살아야한다면 굴러다니는 행복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상식 을 바꾸기에는 완고하고, 없음 을 여유롭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린가보다. 책에서 대리만족을 얻는게 아닌가 돌아본다. 하지 못한 일들을 나 대신 해낸 사람을 보며. 미우새가 어머님들에게 인기 있듯이, 먹방이 인기 있듯이.오늘도 가지 못할 길을 보며, 언젠간 당당히 가리라 꿈꾸는 그 길을 본다. 행복은 분명 굴러다니고 있는데, 조금만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될텐데. 주먹을 펴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나 진짜 그럴까.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글으라도 잘 쓰지만, 맨 주먹 뿐인 내가 푸른 초원이라고 버틸 수 있을까. 참으로 쉬운 선택은 아니다. 정답이 없으니. 우리가 고민하고, 고통 받는 이유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만들지 못하고 남의 퇴사이야기나 보며 꿈꾸고 있다.-------------------------------------------------------------------------------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p.9일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돈에 인생(p.16)을 지배당하는 것 아닌가요? p.17세상이란 말하자면 이렇게 서로 지탱해주는 것 입니다. 꼭 돈이 매개가 되지 않더라도 서로 지탱해줄 수만 있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p.17회사에 제도상으로 성차별 따위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사이동이든, 그건 차별 이 아니라 능력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능력 면에서 뒤덜어졌기 때문에 제외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고는 못해도, 평균점 이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걸 누구에게도 확인할 길도 없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는 차별이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해답 없는 질문이란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겐 능력이 없다 는 사실을 인정하고, 좀 더 노력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아니,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그 결과 다시 제외 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내 정신이 그걸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보답 없는 싸움과, 아무리 애써도 불식시킬 수 없는 차별일지도 모른다 는 의심. 그리고 차별 따윈 없다 는 회사. p.29언제든 채워진다는 것은, 물건이 없던 시절에는 엄청난 호사였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든 다 있는 지금, 있다 는 것을 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없다 는 게 훨씬 사치스럽습니다. 훨씬 더 호사입니다. p.50장사란 그저 팔아서 돈만 벌면 되는 게 아닙니다. 물건의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물건 이 무엇인지에 따라, 허용되는 가격과 허용되지 않는 가격이 있습니다. 그 분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먼 장래까지 내다보았을 때 그 장사를 지키는 길입니다. 물론 손해 보고 본전도 못 찾는 건 말이 안됩니다만, 너무 많이 벌어서도 안됩니다. p.64 회사란, 조직과 개인의 전쟁터 란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조직은 강합니다. 하지만 강하기에(p.91) 한편으론 약하기도 합니다. 좋은게 좋은 거다, 줄을 잘 서라 등등.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나약함이 집단이 되면 곧바로 가시화되고, 조직 그 자체를 좀먹습니다. 이를 막는 것은 개인의 힘 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책임을 지며, 혼자서 움직입니다. 작은 힘입니다만, 자기 혼자 결단하기만 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약하지만 강합니다. ... 물론 조직의 논리가 늘 틀린 것도, 개인의 논리가 늘 옳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쌍방의 역학관계가 팽팽하게 맞서는 곳이야 말로 좋은 회사 가 아닐까요? 문제는 내가 회사 속에 있으면서도 독립된 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p.92그러고 보니 사실 돈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나 자신의 상식을 얼마나 뒤집을 수 있느냐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코 비참한 일도, 괴로운 일도 아닙니다. p.97무언가를 없애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게 아니라, 그곳에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원래 거기에 있었지만 무언가가 있음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세계입니다. ... 없다 는 것 속에 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p.102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목표를 향해 무조건 내달리는 상조회 시스템. 절망적인 것은 아무도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딘가에 악인이나 적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악덕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지니고 있는 죄 없는 욕망이고, 이 괴로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노력입니다. p.172
퇴사 혹은 자유,
그 한 단어의 힘으로 다시 세우는 나의 삶
퇴사하겠습니다. 는 회사란 무엇이고 일이란 무엇인지 자문하며, 회사와 일과 나와의 관계를 재정비해보자고 말하는 책이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자고 말하는 책이다. 도대체 어떻게 회사원이라는 것이, 직장인이라는 것이 나라는 인간의 존재 가치일 수 있단 말인가. 왜 회사에만 들어갔다 하면, 우리는 한 인간임을, 한 사회의 일원임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회사원’으로 변신하고 마는가. 우리는 왜 모두 인간이 아니라 회사원이 되기 위해 사는가.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돈을 버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제 모두 알고 있다. 일을 위한 인생은 나에게 행복도 자유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커피와 담배와 두통과 위궤양을 남길 뿐이다. 우리는 인생을 위해 일하는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 10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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