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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1

mghfdjhghd 2024. 2. 14. 12:33


넙치 1, 2 - 권터 그라스# 작가의 다른 작품 양철북게걸음으로양파 껍질을 벗기며암실 이야기텔크테에서의 만남라스트 댄스무당개구리 울음# 읽고 나서. 그림형제의 동화 중에 어부의 그의 아내 (혹은 어부와 말하는 물고기?)라는 동화가 있다. 어느 날 어부가 물고기를 낚았는데, 물고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날 살려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그 신기한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화가 나서 어부에게 어째서 제대로 된 소원을 빌지 않은 거냐며 다그친다. 그리고 어부를 보내 소원을 말하게 한다. 좋은 집을 갖게 해달라고. 그게 이루어지자. 더 좋은 집을 달라고, 여왕이 되게 해달라고, 그리고는 신이 되게 해달라고 빈다. 결국 아내 의 욕심으로 그들이 가진 것은 다 사라지고 어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땐 원래 그가 살던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처음 어떤 이야기었나 찾아봤어야 했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정도의 교훈을 가진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넘겼었다. 왜 욕심은 아내 가 부렸는지 까지는 별로 신경을 안 썼다. 그러고 보니 옛날이야기, 동화 속 악역은 여자가 많다. 우리가 이브 의 자손이어서 일까? 우리의 원죄 때문에..? 그리고 이 물고기는 대체 어떤 힘이 있길래 이런 소원을 다 들어줄 수 있었던 걸까? 책 속의 주인공 나와 일제빌은 아이를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나와 일제빌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과거에 신석기시대 때부터 주욱 여러 인물의 형태로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살아온 남자와 여자다 - 예를 들면나는 신석기시대 때 에데크 라 불렸었고, 일제빌은 아우아 라 불렸었다. 그가 에데크라 불린 신석기 시대 때, 아우아는 세 개의 유방을 가지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젖을 물리며모두를 - 그러니까 남자들을 포함하여 - 통치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에데크는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넙치 한 마리 - 말을 할 줄 아는 넙치 한 마리를 잡게 된다. 넙치는 본인이 일부러 그물에 걸린 거라며 그를 도와주겠으니 놓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넙치는 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에데크 의 조언자가 되어 남성 의 편에서 끊임없는 조언을 하게 된다.그리고 현재. 넙치는 여성들이 뱃놀이를 갔다가 재미로 한 낚시질에 본인의 의도대로 걸린다. 그리고 여자들은 넙치가 여성의 지위를 떨어뜨리고 남성의 편에서 불평등을 조성했다는 죄목으로 넙치를 여성 재판부에 넘기고, 여성 재판부는 신석기 시대부터 그의 행동에 대해 일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 이 시간은 일제빌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시기까지-재판을 한다. 이야기를 하는 나 속에는 여러 명의 요리사 들이 뛰쳐 나오고 싶어 아우성을 치며 웅크리고 있다. 그는 이 요리사들 하나하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요리사들은 그와 관계가 있던 여성들이고 (현재의 일제빌이고), 물론 재판에서 넙치의 죄를 묻게 되는 사건들이기도 하다. 여성 법정에서 그들은 넙치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부와 그의 아내 - 어부와 말하는 물고기 이야기의 다른 버전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사실은 욕심을 부렸던 것이 어부 이지 않았냐고,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방법으로 진실을 극단적으로 오도한 것은 아닌가 하며 그를 몰아세운다. 거기에 대해 넙치는 수천 년이 경과하다 보니 좀 복잡해지고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 인류 역사 중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쉬운 이야기로 만들어 전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그가 믿는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방향 은 그가 끊임없는 조언으로 부권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넙치는 그의 판단이 옳았음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여성 법정에서 다루는 사건들에서 당당하게 그의 역할이 여성 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사실 법정에서 다루어지는 신석기 때부터의 사건을 보면 결과적으로 남자 중심의 사회를 낳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인공은 항상 요리사 , 여자들이었다. 아달베르트 주교도 순교자로 이름을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그의 악행에 국자로 쳐서 죽인 것은 메스트비나였다. 알브레히트 스리히팅이 결혼으로 도로테아를 묶어(?) 두었으나, 그녀는 버려진 이들을 돌보며 결국 성녀로 추앙된다. 화가와 시인의 뮤즈가 되어 그들을 돌보았던 것도 아그네스였다. 단지 이름이 앞서지 않았을 뿐 그 배경에서 그들을 낳고 사회를 이루어준 것은 여성들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보면 넙치의 역할은 부권 사회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들을 단지 역사의 전면에 내세웠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것마저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어째서 전면에 세워지지 않았는지, 여성의 역할을 수동적인 것으로 국한시켰다는 데 분노한다.
신석기 시대부터 철기 시대, 중세, 바로크 시대, 절대 왕정기, 혁명의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역사의 흐름을 움직여온 넙치와 열한 명의 여자 요리사들이 엮어낸 또 하나의 역사. 남자와 여자, 그리고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작품. 에 비견되는 이후 최대의 문제작으로 性과 요리, 신화와 문명에 대한 성대한 만찬이 펼쳐진다.